AM 10:30
눈을 뜬다. 작고 텅빈 공간이 시야에 들어온다.
열려진 창문사이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때문인지
이불속의 감촉이 더 없이 포근하고 따듯하다.
......
눈을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한다.
보글보글 끓는 참치김치찌게 그리고 담근지 얼마안된 나막김치와 배추김치,
그리고 존재가치 없는 한 두가지 밑반찬들...
AM 11:00
방으로 돌아온다. 배는 부르고 의욕은 소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책 한권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전부터 읽기 시작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아오마메와 덴고... 난 하루키의 세심한 인물묘사가 좋다.
등장인물이 보는 시선, 있는 공간, 취하는 행동, 그들이 입은 옷가지와 악세사리,
그리고 사고방식까지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요란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묘사가 좋다.
스스로 다시 피곤해진다. 스르르 눈을 감는다.
PM 2:30
다시 눈을 뜬다. 이번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있다.
시간이 더디 갔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하루의 반이 아침식사와 책 몇장 읽는 걸로 지나가 버림을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조건반사처럼 곧 점심식사가 생각난다. 난 미련하다.
......
끓는 물에 라면 후레이크스프, 분말스프를 넣고 한 동안 응시한다.
조리법이라는게 무의미할 정도로 간단하지만
매번 물의 양과 끓이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PM 4:00
방바닥에 널부러져 TV를 켠다. 역시나 볼만한게 없다.
업다운! 업다운! 업다운! 애꿋은 채널만 이리저리 옮겨본다.
지상파 HD방송은 나오지 않는다.
젠장, 어제 3시부터 정상화된다더니 아직도 ....
채널을 돌리다 케이블에서 재방하는 <천일의 약속>에 고정했다.
난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본적이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건 안다.
수애, 알츠하이머... 기억이라는 것들... 1Q84와 연관시켜 본다.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은 스노우볼속의 세상처럼 외부와 단절된 진공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일까.
결국 마지막에 드는 생각....수애는 이쁘다.
PM 5:00
문밖의 소리가 요란하다. 동생이 조카를 데리고 왔다.
곧 6살이 되는 큰놈은 나를 잘 따른다.
요즘 한자와 수치에 관심이 많다.
센티미터보다 작은 단위가 뭐냐고 물어본다.
스스로 답해주지 못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마이크로미터, 나노미터, 피코미터, 아토미터... 많은 단위가 존재한다.
조카놈 때문에 나도 배운다.
PM 6:30
조카놈을 위해 특별한 저녁을 준비한다.
케이블에서 2년전 즈음 구입한 직화구이오븐 닭구이...
간장과 마늘, 설탕, 후추, 소금, 올리브유 등을 그냥 대충 적당히 섞어 소스를 만들어
닭과 함께 버무린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30분 숙성...
그리고 약불에서 30분 정도 익혔다.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구워졌다.
하지만 그 사이 군것질을 잔뜩한 조카놈은 배부르다고 먹지를 않는다.
젠장...
PM 9:30
개콘...
방청객 사이에 아이유가 보인다. 마시멜로, 애교송...
내일 출근하면 직원들 사이에서
개콘 얘기할 확률 80%
하지만 아이유 얘기할 확률 100%
개콘이 끝나고 조금 있다 깜빡 다시 잠이 든다.
PM 12:00
다시 1Q84를 꺼내든다. 4~6월의 이야기도 이제 몇 장 남지 않았다.
점점 리틀피플의 이야기가 부각되고 있다.
내일이면 2권을 꺼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요일 하루...
12월이 되고부터는 더더욱 제발 시간아 더디 가달라고 애원을 한다.
하지만 난...난 세네번의 떡잠과 TV시청, 책조금 읽는 걸로 모든 것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가는 시간이 아까워 포스팅을 한다.
아직도 12월은 많이 남아있고 난 무엇이든 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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