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억의 단편, 첫번째



주말 오후 티브이에 매달려 이리저리 채널을 넘기다 오랜만에 음악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요즘 인기 좀 있는 듯한 걸그룹, 보이그룹이 차례차례 그들의 음악을 표현하고 있었다.

화려한 무대와 박력 넘치는 안무를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지만,  한편으로 미성년 학생들을 너무 상업적으로 혹사 시킨다는 얼마전 기사에서처럼 찐한 화장, 선정적인 의상을 입은 앳된 소녀들이 의미도 모를 듯한 섹시웨이브를 마구 남발하고 있었으며. 보이그룹도 별반 다르지 않아 짧은 나시티에 서로 짐승돌임을 자처하듯 경쟁적으로 현란한 아크로바틱을 펼쳐 보이며  불편한 넋을 빼놓는다.


개인적으로 춤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이 하나 있다. 

한 10 여 년전 자정이 다되가는 야심한 밤...
친구들과 모임을 끝내고 홀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차 두대정도가 지나다닐 수 있는 넓지 않은 길, 그리고 양옆에 늘어서 있는 아주 허름한 건물들, 꺼져가는 촛불처럼 아련하고 희미하게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하나가 전부인 조용한 길이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몇개의 실루엣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혹시 동네 양아치들이나 아닐까 경계심을 가지고 주의깊게 관찰해보니, 20대를 갓넘어 보이는 청년 4명이 그 어스름한 길거리를 서서히 채우면서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곧 희미한 가로등과 저멀리 그 빛을 담아 둔 것같은 달빛 아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리더처럼 보이는 앞에 한명이 조용히 하나둘셋을 외치고 나머지 세명이 똑같이 손발을 맞춘다.  거리는 너무도 조용해서 그들이 움직이는 발자취만이 무대 음악처럼 정적을 허물고 그림자는 그들에 열광하는 관객처럼 손발을 따라 흔들어댄다.

또 하나...
희미한 불빛아래 비춰지는 그림자 왼쪽으론 전파사인지 의상실인지 모를 2층짜리 건물이 있었는데... 그 건물 2층 창문에 한 소녀가 그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모든 것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너무나 멋있는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를 의식하지도 못한채 그 장면들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 

곧 그자리를 피하면서 상황을 생각해본다.
대학 초년생 정도로 보이는 친구들...아마 댄스동호회나 대학의 응원단 친구들인 것으로 추측된다.
맨 앞에 있는 친구 그리고 그걸 2층에서 바라보는 소녀는 아마 연인 사이일 것이다. 둘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남자는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잔 기울였을 것이고 어떻게 하면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지에 토로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린 결론은 소녀의 집으로 찾아가는 것이었으며, 전화를 걸어 밖을 내다보라고 한 뒤 준비했던 춤을 보여주었으리라....

물론 사건의 개연성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그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당시엔 그렇게 믿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덧 10 여년이 다된 흐릿한 기억의 단편이 되었지만, 아직도 내 가슴속엔 그 때 그 순간 처럼 멋진 율동은 더 이상 본적이 없는거 같다. 물론 더티댄싱에서 The Time Of My Life에 맞춰 패트릭스웨이지와 제니퍼그레이가 춤추던 장면이나, 플래시댄스의 제니퍼빌즈가 탐탁치 않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보란듯이 What a Feeling을 출 때의 장면, 그리고 비보이 익스프레션이 아멜리에 테마곡에 맞춰 마리오네트를 공연하는 장면 등을 보면서도 많은 감동을 느꼈지만 이건 감상이 아니라 일종의 체험이었기에 잔향이 더욱 많은거 같다. 

태어나서부터 몸친데, 뼈마디가 더 굳기전에 춤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청장년이나 중장년이나 노년이 되어서나 누군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서운했던 감정을 풀어줄 때를 대비해서라도 말이다. 또 하나 하고 싶은게 늘었군. ㅡㅡ;





07 12, 2010 01:38 07 12, 2010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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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0年 07月 17日 22時 52分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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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리에 2010年 07月 25日 23時 07分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악방송 보니 정신없이 시간 잘 가고 좋은데... 머리로만 느껴지지
      가슴으로 느껴지는게 없다 싶어서...ㅋㅋ

      잘 지내지? 블로깅할건 많다고 생각하는데 시간 나도 막상 글로 옮길만큼 아주 애착스럽진 않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