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시골밥상을 받아보는 기분... 사직분식의 청국장
솔직히 5~6년 전만 하더라도 청국장을 못먹었다. ㅡㅡ; 그 냄새가 너무 역겨워 메뉴중에 청국장이 있는 식당이 있으면 기피할 정도였다. 식당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청국장 냄새가 나면 거의 그날 식사는 다할 정도였으니...
어쩌다가 지금은 청국장에 호감도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가끔 일부러 찾아 가게 되는 사직분식에 대해 몇자 언급하고 지나가려 한다.
허영만화백의 만화 식객을 비롯해 여러 일간지자 맛집소개에 자주 등장했던 사직분식...
하지만 이런 유명세와는 달리 실제로 찾아가보면 몇개 되지 않은 테이블과 조그만 방하나에 놀랄 수도 있겠다.
처음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주변사람들과의 마찰때문에 매일같이 청국장을 퍼다 주었다는 일화나 주인아주머니의 따님이 청국장이 싫어서 냄새를 제거하려고 균을 뿌려 맛이 바뀌어 문을 닫을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화해하고 지금은 사이좋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일화는 더 이상 새로울것도 없이 사직분식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해진 이야기일 터이다.
경복궁에서 독립문 방면으로 가다가 오른쪽에 배화여대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사직분식은 15년 이상 정통 청국장만을 고집해온 집이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11:00 ~ 20:00 까지가 영업시간이다. 토요일은 비교적 한가하니 이때 가기를 추천한다.
이곳의 식사메뉴는 청국장과 두부찌게 2가지...
청국장은 콩을 빻거나 갈아서 만든것이 아니라 통채로 두부와 함께 넣어 끓여 나온다. 두부도 큼지막하게 함께 나와 숫가락으로 뚝잘라서 청국장과 함께 떠 먹으면 구수한 맛이 뼈속까지 느껴진다.
두부찌개 역시 오래 푹 끓여 순해진 돼지고기와 두부가 먹기 좋게 나온다. 이것이 다가 아니고 각종 나물과 생선조림을 합쳐서 8~9가지 정도의 밑반찬도 함께 내어온다. 주 메뉴인 청국장과 두부찌게가 일반 국그릇에 담겨나오는게 특히하긴 하지만 이 모든걸 합쳐서 4천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을 생각하면 배고픈 행인의 발걸음을 행복하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싼 가격에 비해 맛은 어떨까?
이건 그냥 느낌이지만, 사실 이곳의 맛이 대단하다기 보다는 옛 청국장의 모습을 어느정도 간직하고 있다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엔 냄새 안나는 청국장이니, 웰빙이라 하여 청국장을 여러용도로 먹고는 하지만, 실제로 콩을 통째로 삶고, 특유의 냄새가 풀풀 풍겨나오는 청국장을 맛보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직분식은 목포가 고향이며, 실제로 청국장공장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주인 아주머니가 옛 맛을 간직하고 투박하게 끓여 내어오는데 있는게 아닌가 한다.
두부찌게 역시 마찬가지이다. 칼로 썰어 넣은 두부가 아니라 손으로 듬성듬성 떼어 돼지고기와 푸욱 끓여 나오는 이 찌게 역시 주변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게 아니라 십수년 시골 밥상에서나 맛봄직한 투박하고 정겨운 맛이다. 게다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 모든게 4천원이다. ^^
모든게 좋은건 아니다.
평일시간에 이곳은 찾아오는 사람은 많고 테이블은 몇개가 되지 않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12시부터 1시30분까지는 혼자 와서는 청국장을 맛볼 수 없다. 손님은 왕이다라고 생각하면 불합리한거 같지만 고작 4개의 테이블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는 하다 ㅡㅡ;
또한 아래 사진을 보고서도 깔끔하고 정갈하고, 깨끗하고, 럭셔리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다가는 실망을 할것이다. 식당 내부가 그렇게 깨끗하지는 않다. 여름철엔 파리가 날라다니고, 오래된 세월이 영향으로 어찌보면 약간 지저분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것들이 어울려 청국장의 맛을 더 돋보이게 할수도 있지만 데이트 코스로 이곳을 무모하게 선택했다간 비호감 수치가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부모님을 모시고 갔을때 아버님은 좋아하셨지만 어머님은 그닥 좋아하시진 않으셨다...
음식사진은 없다. 아직까지 모든 음식마다 카메라를 들이댈만큼 뻔뻔스럽지는 못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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